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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모스크바 시간으로 블라디보스톡을 떠난 지 3일이 지났다. 몽골 국경과 가까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입만 다물고 있으면 나와 비슷해서 생김새의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중국에서도 입다 물고 있으면 중국 사람이 말을 걸기도 했지만 동양의 범주에 넣어보지 않은 러시아에서 이런 경험을 하니 정말 이상했다. 생김새가 같다고 한국어를 하고 한국인일 거라는 부당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국적과 언어와 유전적 유사성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 나라에서 여러 국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여러 혈통이 같은 나라에서 살기도 하고 심지어 여러 국적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단일 민족 국가에 집착한 교육을 받았는지 실감했다.

해가 지고 열차는 울란우데우 역에 도착했다. 정말 생김새로는 한국인 같은 연인이 열차에 올랐다. 둘은 무척이나 긴장되어 있었다. 그래도 덜 긴장한 연인에게 다른 연인이 기대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연인에게 버팀이 되어 주던 사람은 자리를 찾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열차에 있는 사람들과 잠깐 이야기를 하고 이내 둘은 잠이 들었다. 이들이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도 그들은 잘 도착했을지 궁금하다. 이 열차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마음 쓰이지 않았는데 여행 다녀온 지 4개월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왜 이들이 생각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비슷한 생김새여서 눈이 더 가고 마음 쓰였던 점도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열차 안에서 본 연인이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를 가는지 앞서 연인처럼 긴장해 있는 이들도 있었고 여유롭게 한 침대에 꼭 붙어있는 이들도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탄 이들도 있었다. 뭐 어렸을 때 애도 낳고 그럴 수도 있다만 어린 연인이 많다는 것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이십 대 초반에 결혼한다면 몹시 이상한 일인데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 보인다. 스물이면 성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디 대학생이 자신과 상대를 책임질 어른 취급 받던가?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일주일이 걸렸는데 열차가 익숙해질 만한 삼일 즈음에 돌연 이상한 점을 한둘 느끼고 있었다. 해가 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열차는 바이칼 호를 지나가며 이르쿠츠크로 향하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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