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차>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힙합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새 차 뽑은 남자가 여자에게 허세를 부리는 노래로 생각했다. 차 뽑았다고 여자 친구 데리러 간다는 가사만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이 노래를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다음 같은 가사를 보니 이 노래의 화자는 허세를 부리는 힙찔는 아닌듯하다.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 질리도록 말했잖아 / […]
[글쓴이:] daseoh
내가 다니는 학교 중앙 도서관에는 한 산악인의 부조가 있다. 오늘 그 앞을 지나갔는데 조화가 놓여있었다. 높 오르는 것처럼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는 것이 도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곤 했다. 심지어 생명이 돈보다 소중하니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는 것이 도박보다 더 짜릿할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입 밖으로 꺼내기는 불경한 일이니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았는데 게오르그 짐멜이라는 사회학자의 […]
관광의 전형 – 아테네·나폴리·로마 1: 스케치 3
일어나서 모스크바에서 산 빵으로 아침을 했습니다. 빵을 버리긴 아까우니 이걸 다 먹어 치워야 아테네에서 뭔가 먹을 걸 살 수 있어요. 스페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장을 보면 먹을 만한 식품들이 적당한 가격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럽 남쪽에 있으니 서로 비슷할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적어도 러시아처럼 매대가 비어 있거나 플라스틱 같은 빵을 먹진 […]
관광의 전형 – 아테네·나폴리·로마 1: 낯섦
아테네는 러시아와 다르게 관광객 돈맛을 본 느낌이 납니다. 공항 직원들도 친절하고 입국 심사대 직원도 우스갯소리를 던집니다. 아타튀르크 공항과 다르게 아테네 국제공항은 작지만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해요. 대중교통안내도 알아보기 쉽습니다. 아테네가 더 친절해 보이는 데에는 억센 러시아어를 듣다가 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그리스어를 들은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도 해요. 공항버스 탈 때 기사는 표를 보여달란 말을 […]
길을 잃음 – 이스탄불: 복귀
다시 출국 수속을 했습니다. 공항 보안 검색에 잡혀서 줄자를 뺏겼어요. 지금까지 별일 없이 들고 다닌 게 이스탄불에서도 문제없을 걸 보장하진 않지만 비행기를 놓치기 전 환승 수속에서 문제 되지 않았는데 뺏기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투닥투닥해 보았자 좋을 거 없고 줄자 비싼 것도 아니니 잊었어요. 두꺼운 다운 점퍼까지 꾸겨 넣은 30리터도 안 되는 가방을 […]
길을 잃음 – 이스탄불: 유류물
일단 이렇게 된 거 하기아 소피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뭘 알고 가고 싶은 건 아니고 피렌체 대성당 이전에 꽤 오랫동안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돔이라는 소리를 건축과 강의 시간에 들은 기억이 나서지요. 그런데 마침 얼마 전 큰 테러가 있었다고 제가 나가는 걸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기아 소피아까지 버스를 타고 가자니 도로가 막혀 비행기 시간이 간당간당하기도 […]
길을 잃음 – 이스탄불: 첫인상
마중은 개뿔. 비행기는 연착했고 탑승교에 댄 게 아니어서 버스 타고 터미널로 오느라 생각보다 더 늦었습니다. 환승 수속하고 열심히 뛰어갔는데 아테네 가는 비행기는 이미 문 닫고 갔어요. 솔직히 환승 수속할 때만 해도 늦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타튀르크 공항 안은 너무 복잡하고 안내는 불친절합니다. 이런 공항은 그냥 부수고 새로 짓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이별 1
굼을 나와 붉은 광장을 조금 더 서성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온 모스크바와 이제 작별해야 해요. 붉은 광장에 이별의 분위기를 만들 뭔가가 있는 건 아닙니다. 광장 안은 춥고 시끄럽고 그래요. 붉은 광장에서 벗어나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목에도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 동네는 지하철 통로가 모두 일방통행이어서 발만 맞춰 걸으면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거나 할 일은 없어요. […]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굼(국영 백화점)
역사 박물관을 나와서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 굼이라고 불리는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굼 안에서 저 같은 가난뱅이 여행자가 살 물건이라고는 매대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정도가 있어요. 중앙에 빈 공간을 두고 복도가 둘려 있는데 천장은 유리로 되어있어서 밖이 보입니다. 빈 공간 양쪽 복도는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레닌 묘도 그렇지만 사치품을 파는 백화점이 소련 중심부에 있었고 지금도 있는 […]
우스갯소리지만 우리 철학과에는 두 가지 불문율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철학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는 겁니다. 두 번째는 철학과 졸업하면 뭐할 거냐고 묻지 않는 것이죠. 철학이 실리를 만드는 학문은 아니니 철학을 배워서 앞으로 뭘 할 거냐는 두 번째 질문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와 다르게 첫 번째 질문은 무척이나 철학적입니다. 어떤 개념의 의미를 의심하거나 더 정확히 정의하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