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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크렘린

  간단한 검문을 받고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서 무기고 전시실로 가면 외투와 가방을 맡겨야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랬지만 이 동네는 외투를 참 잘 받아줘요. 추운 동네다 보니 두꺼운 외투를 입을 날이 많은데 이런 옷을 입고 실내에 있기는 영 불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외투를 홀랑 다 맡기면 안 돼요.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열판 몇 개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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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레닌 묘

모스크바에서는 분명 오랜 기차 여행의 여독을 풀려고 했는데 도착한 저녁에 크렘린 입장권을 예약했어요. 크렘린 입장권은 종류가 많습니다. 일단 크렘린 안의 전시와 성당을 볼 수 있는 권종이 있어요. 크렘린 안의 무기고를 개조해 보물을 전시해 놓은 장소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권종이 별도로 있고 이 공간 안에 보석을 모아 놓은 제한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권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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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스케치 2

  바실리 성당을 나와서 아르바트 거리로 향해 걸었습니다. 모스크바 거리도 바실리 성당 안처럼 칠로 마감한 건물 외부가 많이 보입니다. 상아색이나 옥색으로 마감한 건물들은 자동차가 눈 녹은 더러운 물을 튀기면 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말끔한 건물들을 보면 관리가 잘 되고 있는가 봅니다. 차라리 돌로 마감했으면 흙탕물 튄 정도는 비 한번 오면 깔끔해질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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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

숙소 입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에 갔습니다. 광장에 들어가는 길에 국립 역사 박물관을 지날 수 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임시로 만든 회전목마와 스케이트장이 있어서 아직 연말 느낌이 나요. 회전목마와 스케이트 장을 두르는 벽에는 소련을 선전하는 전단에서 본 기억이 나는 그림체로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광장에 들어서면 맞은편으로 성 바실리 성당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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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지하철

횡단 열차에서 내려 사람들 무리에 휩쓸려 가는데 기름지게 생긴 경찰이 저를 잡으며 “빠스뽀르뜨”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러시아어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러시아에서 경찰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면 꼭 두 손으로 여권을 잡고 보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여권을 채가서 이런저런 이유로 귀찮게 군다고 해요. 그래서 그렇게 보여주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종착역에서 지하철로 가는 지하 보도는 좁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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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하차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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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부단(不斷)

전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딱 네 번 타봤습니다.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철로가 보이는 제일 끝 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걸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즐겁습니다. 수원역같이 기차가 지나가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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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나태

도착 하루 전이 되니 『론리 플레닛 시베리아 횡단 철도』 표지에서 본 풍경이 창밖에 나타납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향한다는 마음에 불안이 덜했습니다.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지 않으니 너무나 여유로워서 시간이 잘 가지 않았어요.   모스크바에 가까워서인지 철도역과 안내 표지 디자인이 회색 바탕에 빨간색을 쓰는 모양으로 통일되어 갑니다. 그 전에는 회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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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고 난민 문제를 생각함

<앤트맨과 와스프>를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인간적이어서 다른 히어로 영화보다 마음에 든다. 아이언맨은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우주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앤트맨이 관심 있는 것은 무탈히 가택연금 기간을 보내서 자신의 딸과 집 밖을 놀러 다니는 것뿐이다. 와스프 역시 예전에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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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귀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지 삼일 정도 되니 열차 생활이 꽤 몸에 익었습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면 이제 변하는 건 없고 모든 건 지금 경험했던 것처럼 끝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음에 할 일을 걱정하게 됩니다. 저는 모스크바에 내려서 뭐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게 된 일은 오로라 보는 것의 보너스 격이니 테트리스에 나온 궁만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