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고를 나와 크렘린 안에 있는 성당을 둘러보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닿고 싶어서인지 대게 성당들은 높잖나? 그래서 성당을 볼 때면 높게 지은 것과 관련된 구조에 눈이 갔다. 기둥이나 보의 형태나 천장 혹은 아치 같은 것들 말이다. 구조는 처음 만들 때 그대로다. 만약 비틀어지거나 어디 하나가 빠지면 성당은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좀 중요한 부분이 빠지면 성당이 […]
[카테고리:]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크렘린
간단한 검문을 받고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서 무기고 전시실로 가면 외투와 가방을 맡겨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랬지만 이 동네는 외투는 참 잘 받아준다. 아마 추운 동네이니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실내에 있기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외투를 홀랑 다 맡기면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열판 몇 개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람만 막아주고 안에 사람들의 열기만 […]
모스크바 #3
모스크바에서는 분명 오랜 기차 여행의 여독을 풀려고 했는데 도착한 저녁에 크렘린 입장권을 예약하고 있었다. 크렘린 입장권은 종류가 많았는데 일단 그냥 크렘린 안의 전시와 성당을 볼 수 있는 권종이 있다. 크렘린 안의 무기고를 개조해 보물을 전시해 놓은 장소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권종이 별도로 있고 이 공간 안에 보석을 모아놓은 제한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
모스크바#2
애초에 오로라 보는 것 외에는 보너스 일정이다. 모스크바에서도 그냥 푹 쉬다 떠나려고 했는데 참 사람 욕심이 그렇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여유를 갖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성 바실리 성당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다. 그냥 테트리스 속 그 건물이지 뭐.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은 예전부터 러시아의 중심지다. 성당 […]
모스크바
열차에서 내려 사람들 무리에 휩쓸려 가는데 기름지게 생긴 경찰이 나를 잡으며 “빠스뽀르뜨”라고 말했다. 러시아어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억인 것 같은데, 러시아에서 경찰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면 꼭 두 손으로 여권을 잡고 보여주라고 했다. 아니면 여권을 채가서 귀찮게 군다고. 그래서 그렇게 보여주고 다시 길을 나섰다. 종착 역에서 지하철로 가는 지하보도는 좁진 않았지만 낮았다. 조금더 걸어가니 개찰구가 있었다. 표 […]
하차
서울에는 서울 역이 있는 것과 다르게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모스크바에서 역 이름은 그 철도의 종착역 이름이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처음에는 야로슬로블까지 갔기에 나는 모스크바에 있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내린다. 그런데 야로슬로블에도 야로슬로블 역이 있다. 내가 탄 열차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마지막으로 5분간 정차하고 4시간 동안 종착역까지 쉬지 않고 간다. 야로슬로블 역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도 가고 내복도 […]
마지막 날
난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다. 두 번인가? 세 번?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제일 끝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것을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묘하게 즐겁다. 수원역에서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전철 말고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차를 잘 타지 […]
감자 퓌레를 나눔
사과 소년은 해가 어둑할 즈음 떠났다. 시간이 좀 더 시나고 위층 사람은 누워있었고 나는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내일 아침에 인스턴트 감자퓨레를 먹으면 따듯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설국 열차에서 양갱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겠냐마는 정말 인스턴트로 보낸 지난 시간과 좁은 3등 객실 거기에 추운 눈밭 위의 철도라는 점은 설국 열차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
가방
예비군 훈련에 가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보다 어린데 결혼한 사람이 한둘은 꼭 있는 것도 좀 어색한 일이지만 신기하게 어디서 정말 말 안 듣는 사람들만 골라 온 것 같다. 어칠어칠하며 동네에서 껌 좀 씹는 형님의 느낌을 풍기는 사람도 참 많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치면 더워죽겠는데 거추장스럽게 보호장구도 차고 하니 정말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
사과소년
이제 모스크바 시간대에 들어왔다. 얼어 있는 강이 낯설지 않았다. 낮에 잠을 안 자니 시간이 참 안 갔다. 나중에 이 지루한 시간이 생각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아쉬움 조차 까먹어서 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거다. 졸업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철학과에 다닌 시간들이 흐릿하다. 철학과에 오기까지는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 왜 오게 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