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했다. 러시아 국적기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비행기보다 빠르게 도착한다. 새벽 비행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난방도 빵빵하지 않으면서 단열에 좋지 못한 유리를 처바른 공항 건물을 원망할 시간만 늘 뿐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곤봉을 뱅뱅 돌리며 건들거리는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입국심사대는 위아래로 막혀있고 문이 달려있어서 건너편이 보이지 […]
[카테고리:]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출발 전
지난겨울,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 전날, 나는 여행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아서 정신이 빠져있었다. 여행 당일까지 숙소는커녕, 이 여행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일도 집행하지 않았다. 집행은커녕 준비도 안 했다. 비자 신청을 위한 사진도 공항 가는 길에 찍었다. 환장할 노릇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가면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착해서 […]
#4
간에 문제가 생겨서 제 기능을 못 하면 남에게 간을 받기도 한다. 간은 어느 정도 재생이 되니 건강한 간을 뚝 띠어다 아픈 간을 좀 도려내고 이어 붙이면 죽어야 할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아무 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서로 잘 맞는 간이어야 한다. 잘 맞지 않으면 이식된 간이 썩어들어 간다. 26살의 여행과 […]
#3
각자 다녀온 우울한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던 사촌 양 씨와 난 그 뒤로 별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뭐 늘 그렇듯 하루하루 꾸준히 뭐라도 했으면 뭐라도 되었을 텐데 가만히 있다가 가마니가 되어버렸다. 우린 노량진에서 다시 만났는데 츄리링과 슬리퍼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내 손끝에서 팔꿈치까지 길이도 되지 않는 좁은 4인용 탁자에서 피자를 먹고는 지난번 이야기를 잠시 […]
#2
우린 만나면 아직도 기분 좋게 산티아고로 걸었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행을 우리가 그렇게 열망한 것은 아니다. 처음 서로가 여행 갈 마음이 있었음을 확인했을 때는 산티아고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산티아고 향하게 된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굳이 몇 가지 이유를 들자면, 내 친구가 산티아고에 대해서 말해줬고, 이미 코엘류가 <<순례자>>를 통해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에 […]
#1
우리는 동갑인 사촌이다.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난 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장 오래전까지 더듬어 보면,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는 기억이 있다.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같은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주말이면 한 번은 꼭 봤다. 우린 원래 알았던 느낌이다. 반 오십을 맞았을 때, 우린 각자 여행 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학교를 때려치우고, 사촌 양 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