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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

숙소 입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에 갔습니다. 광장에 들어가는 길에 국립 역사 박물관을 지날 수 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임시로 만든 회전목마와 스케이트장이 있어서 아직 연말 느낌이 나요. 회전목마와 스케이트 장을 두르는 벽에는 소련을 선전하는 전단에서 본 기억이 나는 그림체로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광장에 들어서면 맞은편으로 성 바실리 성당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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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지하철

횡단 열차에서 내려 사람들 무리에 휩쓸려 가는데 기름지게 생긴 경찰이 저를 잡으며 “빠스뽀르뜨”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러시아어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러시아에서 경찰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면 꼭 두 손으로 여권을 잡고 보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여권을 채가서 이런저런 이유로 귀찮게 군다고 해요. 그래서 그렇게 보여주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종착역에서 지하철로 가는 지하 보도는 좁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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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하차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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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부단(不斷)

전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딱 네 번 타봤습니다.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철로가 보이는 제일 끝 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걸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즐겁습니다. 수원역같이 기차가 지나가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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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나태

도착 하루 전이 되니 『론리 플레닛 시베리아 횡단 철도』 표지에서 본 풍경이 창밖에 나타납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향한다는 마음에 불안이 덜했습니다.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지 않으니 너무나 여유로워서 시간이 잘 가지 않았어요.   모스크바에 가까워서인지 철도역과 안내 표지 디자인이 회색 바탕에 빨간색을 쓰는 모양으로 통일되어 갑니다. 그 전에는 회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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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귀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지 삼일 정도 되니 열차 생활이 꽤 몸에 익었습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면 이제 변하는 건 없고 모든 건 지금 경험했던 것처럼 끝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음에 할 일을 걱정하게 됩니다. 저는 모스크바에 내려서 뭐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게 된 일은 오로라 보는 것의 보너스 격이니 테트리스에 나온 궁만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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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차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양 끝인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차는 7시간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7일이 걸리니 열차 위에서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이 바뀌는 걸 체험할 수 있지요. 일주일 동안 매일 시계가 느려지는 건 황당한 경험입니다. 하루에 한 번만 들어도 짜증 나는 아침 알람이 두 번 울릴 수도 있고 밥을 먹었는데 또 밥때가 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밥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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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노력과 우연

    새벽에 열차가 이르쿠츠크 역에 멈췄습니다. 이르쿠츠크는 제 기억에 강하게 박혀있는 이름입니다. 이 도시는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추운 장소로 소개되었고 가장 춥다는 대표 성질 덕분에 시험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세계지리 선생님은 수업에서 이르쿠츠크가 나올 때면 오줌 싸면 얼어서 기둥이 된다는 소리를 자주 해서 우리 기억에 남기려 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르쿠츠크를 지나간다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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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베리아와 그리스 1

  『방법서설』 3부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모든 걸 의심하고 있지만 정작 살면서 따라야 할 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온건한 의견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데카르트가 유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사태부터 전부 의심하는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남들이 해왔던 대로 산다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데카르트가 따듯한 난로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세상 모든 걸 의심했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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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닥터 지바고」

      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지닌 문화적인 부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등장하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본 정도이지요. 사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보지 않아서 이 철도의 거리감을 모르고 한 소리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체험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