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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문배동 육칼

문배동 육칼 앞을 처음 지나간 것은 한 2년 전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고가 아래 우중충한 가게였다. 간판이 깔끔한 것도 아니었고 인테리어가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앞은 유리로 되어있었다. 요즘 만들어진 상점들이 사용하는 통유리는 아니었고, 금속인 갈색 틀로 나뉜 창이었다. 문이 잘 안 맞으면 혐오스런 쇳소리를 내는 그 창틀이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게 앞으로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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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남산 도서관 벽화

후암동 남산 도서관에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그려놓은 벽을 보았을 때 약간 부끄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테네 학당>이 그려진 장소에 자주 드나들던 사람들이 매일 같이 이 그림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산 도서관에서 벽화를 보고 느낀 부끄러움은 옷이나 간판에 말도 안 되는 영어가 쓰여 있을 때 간혹 느끼는 부끄러움과 비슷하다. 굳이 영어가 아니어도 된다. 요즘은 한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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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 #2

조용한 주택가에 썸타는 계단이라니 흉악하다. 썸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뭔가 있는 거다. 그게 뭔지 모르니까 아직 둘이 애인이 아닌 거다. 뭔지 모르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친구도 애인도 아닌 관계가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 어디로도 튈 수 있는 관계는 고정된다, 남남이거나 지인 혹은 애인으로. 굳이 연애가 아니라도 뭔가 있다는 것에는 좋은 면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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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 #1

남영역에서 하행선을 향해 서면 보이는 흑색 건물은 정신없는 용산에서 정신 제대로 박힌 건물이다. 이 건축물의 독특한 점은 유독 5층의 창이 좁다는 것이다. 남영역을 나와서 방금 본 건물로 향하면 두꺼운 이동식 철제 바리케이드로 만들어진 정문이 눈에 보인다. 지금은 경찰청 남영동 인권센터가 된 이 건물의 옛 이름은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유독 좁은 창을 낸 5층은 불법 구금과 고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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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편의점 간판

내 기억에 우리나라의 가로 풍경은 개선의 대상이었다. 텔레비전 뉴스는 난립하는 간판을 혼란스럽게 묘사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사업으로 난립한 영세 사업체의 간판을 통일된 디자인으로 바꿔 달아주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유럽의 어느 마을 풍경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혼란스럽다. 나는 어질러진 방을 처음 보는 남에게 거리낌 없이 보여주지 않고 아침에 세수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