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야 하는 곳 앞에는 하마비가 있었다. 단순히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하마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힌 것도 있다. 버르장머리 없이 말 타고 가지 말고 내려서 예를 다하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왕의 묘나 종묘 혹은 향교 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자를 모신 하노이 문묘 앞에도 하마비가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 […]
하노이 문묘 하마비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야 하는 곳 앞에는 하마비가 있었다. 단순히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하마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힌 것도 있다. 버르장머리 없이 말 타고 가지 말고 내려서 예를 다하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왕의 묘나 종묘 혹은 향교 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자를 모신 하노이 문묘 앞에도 하마비가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 […]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양 끝인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차는 7시간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7일이 걸리니 열차 위에서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이 바뀌는 걸 체험할 수 있지요. 일주일 동안 매일 시계가 느려지는 건 황당한 경험입니다. 하루에 한 번만 들어도 짜증 나는 아침 알람이 두 번 울릴 수도 있고 밥을 먹었는데 또 밥때가 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밥 먹고 […]
새벽에 열차가 이르쿠츠크 역에 멈췄습니다. 이르쿠츠크는 제 기억에 강하게 박혀있는 이름입니다. 이 도시는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추운 장소로 소개되었고 가장 춥다는 대표 성질 덕분에 시험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세계지리 선생님은 수업에서 이르쿠츠크가 나올 때면 오줌 싸면 얼어서 기둥이 된다는 소리를 자주 해서 우리 기억에 남기려 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르쿠츠크를 지나간다고는 […]
카페에 들어가서 2층 창가에 앉았다. 처음에 앉은 자리는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곳이었다. 잠시 앉아있으니 으슬으슬해서 옆자리로 옮겼다. 창가의 블라인드는 반만 닫혀있어서 테이블의 절반에만 해가 들었다. 시골 사람인 나는 해가 싫지는 않은데 서울 시민들은 해가 몹시 거슬리는 것 같다. 모두 인상을 쓰고 손으로 해를 가리며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며 분주하게 […]
『방법서설』 3부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모든 걸 의심하고 있지만 정작 살면서 따라야 할 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온건한 의견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데카르트가 유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사태부터 전부 의심하는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남들이 해왔던 대로 산다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데카르트가 따듯한 난로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세상 모든 걸 의심했던 것처럼 […]
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지닌 문화적인 부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등장하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본 정도이지요. 사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보지 않아서 이 철도의 거리감을 모르고 한 소리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체험할 수 […]
저는 “정말로 끝인” 역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철의 종착역은 대부분 차량기지까지 선로가 이어져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서울역이나 용산역, 청량리역같이 큰 철도 노선이 끝나는 역도 선로가 끝나지 않습니다. 끝이란 의미를 지닌 터미널을 생각하면 도로 끝이 보이는 버스 터미널이 생각날 뿐이지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종착 역은 모두 서울에서 보기 힘든 터미널 형태입니다. 역이 “ㄷ”자 […]
서울에 서울역이 있는 것과 다르게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역 이름은 그 철도 노선의 종착지 이름이지요.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처음에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야로슬로블까지 갔기에 저는 모스크바에 있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내립니다. 그런데 야로슬로블에도 야로슬로블역이 있습니다. 제가 탄 열차는 야로슬로블역에서 마지막으로 5분간 정차하고 4시간 동안 종착역까지 쉬지 않고 갑니다. 야로슬로블 역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도 가고 […]
예비군 훈련에 가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제 친구들은 결혼한 사람이 없는데 예비군 훈련에 가면 저보다 어린데 결혼한 사람이 꼭 있더군요. 어칠어칠하며 동네에서 껌 좀 씹는 형님의 느낌을 풍기는 사람도 볼 수 있지요. 이런 사람이 훈련 중에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 더워죽겠는데 거추장스럽게 보호장구까지 차고 있으니 제대로 하라는 교관의 외침은 뒤로하고 한 발자국도 […]
사과 소년이 떠난 뒤 위층 사람은 자신의 자리에 올라가 누웠습니다. 저는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먹었지요. 이제 내일 아침에 인스턴트 감자 퓌레 하나를 먹고 나면 열차에서 내려 따듯한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설국 열차에서 양갱 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겠느냐마는 정말 인스턴트로 보낸 지난 시간과 좁은 3등 객실 거기에 더해 추운 눈밭 위의 철도라는 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