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도착할 즈음까지 열차에서 눈에 익지 않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일층 침대에 사람이 누워서 자고 있는데 이층에 자리 잡은 사람이 툭 내려와서 탁자를 이용하는 모습은 정말 볼 때마다 식겁 놀라곤 했습니다. 열차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평행하게 놓인 두 침대는 가운데 창 아래 탁자 하나가 있습니다. 머리를 복도로 하고 자지 않으니 탁자 쪽에 머리가 […]
열차에서 일주일 – 시베리아 횡단 철도 1: 사람들

모스크바에 도착할 즈음까지 열차에서 눈에 익지 않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일층 침대에 사람이 누워서 자고 있는데 이층에 자리 잡은 사람이 툭 내려와서 탁자를 이용하는 모습은 정말 볼 때마다 식겁 놀라곤 했습니다. 열차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평행하게 놓인 두 침대는 가운데 창 아래 탁자 하나가 있습니다. 머리를 복도로 하고 자지 않으니 탁자 쪽에 머리가 […]
저는 모스크바행 99번 열차를 탔습니다. 99번 열차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이 되면 100번이 됩니다.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에서는 번호가 작을수록 좋은 열차라고 해요. 한 자리 대 열차번호를 갖는 모스크바행 열차는 99번 열차보다 빠르고 시설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급하게 출발하느라 남아있는 표는 99번 열차뿐 이었습니다. 99번 열차 삼등 칸에는 두 명의 차장이 교대로 근무합니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
모스크바행 열차를 예매할 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역에서 체크인하고 열차표를 받는 방법과 열차표를 인쇄해서 제시하는 방법이지요. 저는 역무원과 마주치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서 표를 인쇄해 갔어요. 그런데 제 열차표를 보더니 차장이 절 들여보내 주지 않고 러시아어로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말합니다. 러시아어를 못 한다고 하니 러시아어로 더 뭐라고 하고 들여보내 줬는데 대충 눈치로 너는 […]
우리 동네는 전철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골이니까 우리 동네라고 하는 겁니다. 차로 20분 걸리는 장소를 서울에서는 우리 동네라고 하진 않지요? 하여튼 일제 때 수원에서 여주까지 이어지는 협궤가 있었지만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얼마 있지 않아 없어졌고 작년부터 표준궤 전철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몇 주가 지난 뒤 동네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인천으로 간다는 사람에게 길을 […]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습니다. 러시아 비행기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비행기보다 빠르게 도착합니다. 새벽 비행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별다른 게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요. 유리를 많이 사용했는데 난방도 빵빵하게 틀지 않아서 으슬으슬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건물을 원망할 시간만 늘 뿐입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곤봉을 뱅뱅 돌리며 건들거리는 경찰들이 보였습니다. 입국 심사대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꽈 […]
어렸을 때 차에 타면 놀라운 것 중 하나가 운전자가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잠시라도 전방을 향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차가 똑바로 가지 않을 거 같은데 어떻게 좌우를 살피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역시 어른이라서 앞만 보지 않고도 차가 차선을 똑바로 따라갈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저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물론 앞만 보지 […]
죽창 아래선 너도 한 방이고 나도 한 방이니 우린 평등하다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누군가 뭔가를 자랑하는 글이 올라오면 네가 아무리 자랑을 해도 결국 너도나도 죽창 한 방에 죽는 같은 처지라는 의미를 가진 장난스러운 답글을 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니덤이란 학자의 책을 읽다가 이 죽창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조셉 니덤은 생물학자였다가 중국에 […]
2015년에 철학과 사람이 나에게 엽서 2장을 주었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란 만화에 나오는 장면이 인쇄된 엽서였다. 40살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화가에 지망하기 위해 페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다. 이 주인공은 만화 공모에 늘 미끄러지면서도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하거나 정신 차리라는 아버지의 말에 화가 나서 가출한 뒤 공원에 앉아있다가 경찰에게 훈계를 듣는 시답지 않은 인물이다. 한 […]
나를 위해 남이 죽어줬다는 모티프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희생 모티프는 간혹 미담으로 뉴스에 나타나기도 하지요? 자식이 부모를 위해 혹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뿐 아니라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이야기도 간혹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득이 없으면 남에게는 십 원짜리 한 장도 쓰지 않는 사화란 걸 체감할 때 남이 날 위해 희생한다는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샀으니 일단 열차가 출발하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야 합니다. 배편보다 싼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고 기차 출발 전 도착하는 가장 싼 항공권을 골랐습니다. 오로라는 단기예보뿐이고 비가 올지 안 올지도 출발 전에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제가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은 주기가 일정한 달뿐입니다. 어두우면 오로라가 더 잘 보일 거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