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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베리아와 그리스 1

  『방법서설』 3부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모든 걸 의심하고 있지만 정작 살면서 따라야 할 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온건한 의견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데카르트가 유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사태부터 전부 의심하는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남들이 해왔던 대로 산다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데카르트가 따듯한 난로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세상 모든 걸 의심했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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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나폴리

로마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맥도날드에 들렀다. 난 햄버거가 참 좋다. 여렸을 때 건강해지는 것만 먹어서이다. 과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 데 요즘 많이 먹는다. 무병장수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습관은 아니고 남들은 먹다가도 안 먹는다는데 기껏 유지한 좋은 식습관을 지금까지 많이 안 먹었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망치고 있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것을 먹어야 할 텐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비행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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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에서 마지막

리카비토스 언덕은 아테네와 작별하기 좋은 곳이다. 내가 지금까지 돌아다녔던 곳이 한눈에 다 보인다. 멀리 바다도 보이는데 못 가봐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정신 차리고 잘 찾아보고 다녀야겠다. 북악산 팔각정에 올라서 서울을 바라보면 여기저기 불 켜진 사무실을 보며 뭔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테네는 그런 느낌과 거리가 멀다. (노르웨이와 다르게 여유로운 동네다.) 여유롭다기보다는 느긋하다. 모스크바에서 사서 먹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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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국립 고고학 박물관

아침에는 어제 다 돌아다니지 못한 유적지를 좀 더 돌았다. 제우스 신전은 기둥 몇 개와 보만 남아있는데 크기도 클 뿐 아니라 기둥 머리 장식이 섬세하다. 멀리서 볼 때는 여러 선들이 화려하게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세월에 무뎌져서 그렇게 날카롭게 선이 살아 있지는 않다. 다른 유적들도 그렇지만 다들 일단 크기에서 먹어준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쳐도 작았다면 자연의 풍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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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박물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다음날 가려고 했는데 또 욕심부렸다. 박물관 근처 대로에는 할아버지들이 생각지도 못한 삐끼질을 한다. 이 동네에서 나한테 말 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처음에는 적당히 바쁘다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는 너무 궁금한 거다. 왜 자꾸 마을 거는지. 그냥 심심한 할아버지들이 시간 죽이려고 말 거는 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집중했지. 예를 배운 청년이니까 어른이 하는 말에 집중해야지. 처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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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 #5

고대 아고라 안에서는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아크로폴리스만 툭 튀어나와 있으니 굳이 여기서만 보이는 건 아니다. 여하튼 고대 아고라 안에서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데 여전히 처음 아크로폴리스를 봤을 때처럼 뭔가 있어 보였다. 하늘은 정말 파랗고 땅은 정말 초록이고 평지에 툭 튀어나온 지형이 눈에 익은 지형도 아니고 등등. 아크로폴리스는 참 낯설게 다가온다. 날 좋은 날 이런 곳에 있으면 다른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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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4

아테네는 서울처럼 땅만 파면 유적 나오는 동네답게 아크로 폴리스 사방을 유적이 놓여있다. 아침에 급하게 가볼 곳 위치만 찍고 나왔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계속 같은 가이드 투어 무리를 만났다. 설명이야 가이드가 더 잘해주겠지만 그래도 남들 보는 건 보고 가는 거다. 꽤 뿌듯했다. 물론 여기저기 찾아보지 말고 가이드 투어를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면 시간도 더 여유롭게 보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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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3

그리스의 거리에서 스페인 냄새가 나긴 했지만 러시아와 유사한 점도 있다. 벽돌이나 돌을 붙인 게 아니라 칠로 마감한 외벽이 그거다. 거기다 옥색이 보이지는 않지만 미색은 러시아에서 자주 보던 색이다. 내가 배운 서양은 뭔가 그리스나 로마에 뿌리를 대려고 한다. 그리스의 <<일리아드>>나 <<오뒷세이아>>를 필독서에 올리기도 하고 로마의 양식을 따라 도시를 설계한 세력도 있다. 로마의 선조 이야기 격인 <<아이네이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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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

아테네 시내로 향하는 공항 버스를 타고 잤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온 동네에서 자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다. 여튼 내렸다. 늦은 시간인데 비까지 내리니 꽤 으스스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나랑 같은 신발은 신은 발을 봤다. 그런데 그 발이 계속 날 쫓아오는 거다. 점점 정류장에서 멀어질수록 인적이 드물어지는데도 계속 쫓아 온다. 신경 쓰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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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

다시 출국 수속을 했다. 공항 보안 검색에 잡해서 줄자를 뺏겼다. 지금까지 별일 없이 들고 다닌 게 이스탄불에서도 문제 없을 걸 보장하진 않지만 비행기를 놓치기 전 환승 수속에서 문제 되지 않았는데 뺏기니 좀 그랬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투닥투닥해 봤자 좋을 거 없어보이고 줄자 비싼 것도 아니니 버리는 거지 뭐. 30리터도 안되는 가방에 두꺼운 다운 점퍼까지 꾸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