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하차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
전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딱 네 번 타봤습니다.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철로가 보이는 제일 끝 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걸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즐겁습니다. 수원역같이 기차가 지나가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지요. […]
도착 하루 전이 되니 『론리 플레닛 시베리아 횡단 철도』 표지에서 본 풍경이 창밖에 나타납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향한다는 마음에 불안이 덜했습니다.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지 않으니 너무나 여유로워서 시간이 잘 가지 않았어요. 모스크바에 가까워서인지 철도역과 안내 표지 디자인이 회색 바탕에 빨간색을 쓰는 모양으로 통일되어 갑니다. 그 전에는 회색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지 삼일 정도 되니 열차 생활이 꽤 몸에 익었습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면 이제 변하는 건 없고 모든 건 지금 경험했던 것처럼 끝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음에 할 일을 걱정하게 됩니다. 저는 모스크바에 내려서 뭐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게 된 일은 오로라 보는 것의 보너스 격이니 테트리스에 나온 궁만 보면 […]
서울에는 서울 역이 있는 것과 다르게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모스크바에서 역 이름은 그 철도의 종착역 이름이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처음에는 야로슬로블까지 갔기에 나는 모스크바에 있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내린다. 그런데 야로슬로블에도 야로슬로블 역이 있다. 내가 탄 열차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마지막으로 5분간 정차하고 4시간 동안 종착역까지 쉬지 않고 간다. 야로슬로블 역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도 가고 내복도 […]
난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다. 두 번인가? 세 번?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제일 끝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것을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묘하게 즐겁다. 수원역에서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전철 말고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차를 잘 타지 […]
사과 소년은 해가 어둑할 즈음 떠났다. 시간이 좀 더 시나고 위층 사람은 누워있었고 나는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내일 아침에 인스턴트 감자퓨레를 먹으면 따듯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설국 열차에서 양갱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겠냐마는 정말 인스턴트로 보낸 지난 시간과 좁은 3등 객실 거기에 추운 눈밭 위의 철도라는 점은 설국 열차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
예비군 훈련에 가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보다 어린데 결혼한 사람이 한둘은 꼭 있는 것도 좀 어색한 일이지만 신기하게 어디서 정말 말 안 듣는 사람들만 골라 온 것 같다. 어칠어칠하며 동네에서 껌 좀 씹는 형님의 느낌을 풍기는 사람도 참 많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치면 더워죽겠는데 거추장스럽게 보호장구도 차고 하니 정말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
이제 모스크바 시간대에 들어왔다. 얼어 있는 강이 낯설지 않았다. 낮에 잠을 안 자니 시간이 참 안 갔다. 나중에 이 지루한 시간이 생각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아쉬움 조차 까먹어서 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거다. 졸업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철학과에 다닌 시간들이 흐릿하다. 철학과에 오기까지는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 왜 오게 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때 […]
이제 모스크바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어 중간중간 눈치를 보며 조용히 내 욕구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다시 못 할 짓은 아니다. 이제 <<론리 플레닛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표지에서 본 풍경이 창밖에 나타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서인지 철도와 관련된 디자인이 회색 바탕에 빨간색 표시로 통일되는 것이 보였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