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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고 쓰는 여행기

춘수당 본점

버블티를 처음 먹어 본 건 2012년 가을이다. 장소는 홍대 롯데시네마가 있는 건물 높은 층이었다. 버블티를 사준 사촌 형은 버블이 양서류 알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는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학교 후문에 버블티 집이 보여서, 한 살 많은 형을 쿡쿡 찔러 버블티 한 잔을 얻어먹은 거다. 그 사이에 버블티를 먹은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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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국립 고고학 박물관

아침에는 어제 다 돌아다니지 못한 유적지를 좀 더 돌았다. 제우스 신전은 기둥 몇 개와 보만 남아있는데 크기도 클 뿐 아니라 기둥 머리 장식이 섬세하다. 멀리서 볼 때는 여러 선들이 화려하게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세월에 무뎌져서 그렇게 날카롭게 선이 살아 있지는 않다. 다른 유적들도 그렇지만 다들 일단 크기에서 먹어준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쳐도 작았다면 자연의 풍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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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3

그리스의 거리에서 스페인 냄새가 나긴 했지만 러시아와 유사한 점도 있다. 벽돌이나 돌을 붙인 게 아니라 칠로 마감한 외벽이 그거다. 거기다 옥색이 보이지는 않지만 미색은 러시아에서 자주 보던 색이다. 내가 배운 서양은 뭔가 그리스나 로마에 뿌리를 대려고 한다. 그리스의 <<일리아드>>나 <<오뒷세이아>>를 필독서에 올리기도 하고 로마의 양식을 따라 도시를 설계한 세력도 있다. 로마의 선조 이야기 격인 <<아이네이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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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모스크바 마지막 밤

모스크바 크렘린은 경복궁 같은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기능한다. 안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다. 그래서 다닐 수 있는 동선이 제한되어 있고 길을 잘 못 들었다 싶으면 경비가 와서 더 이상 진입하지 말라고 막아선다. 무기고 전시 구역과 크렘린 안의 성당 구역을 둘러보면 남은 것은 몇몇 조형물과 전시들이다. 눈에 익지 않은 가구나 그릇들을 볼 수 있다. 또 전시실의 위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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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프레스코화

무기고를 나와 크렘린 안에 있는 성당을 둘러보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닿고 싶어서인지 대게 성당들은 높잖나? 그래서 성당을 볼 때면 높게 지은 것과 관련된 구조에 눈이 갔다. 기둥이나 보의 형태나 천장 혹은 아치 같은 것들 말이다. 구조는 처음 만들 때 그대로다. 만약 비틀어지거나 어디 하나가 빠지면 성당은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좀 중요한 부분이 빠지면 성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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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크렘린

간단한 검문을 받고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서 무기고 전시실로 가면 외투와 가방을 맡겨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랬지만 이 동네는 외투는 참 잘 받아준다. 아마 추운 동네이니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실내에 있기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외투를 홀랑 다 맡기면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열판 몇 개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람만 막아주고 안에 사람들의 열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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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하차

서울에는 서울 역이 있는 것과 다르게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모스크바에서 역 이름은 그 철도의 종착역 이름이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처음에는 야로슬로블까지 갔기에 나는 모스크바에 있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내린다. 그런데 야로슬로블에도 야로슬로블 역이 있다. 내가 탄 열차는 야로슬로블 역에서 마지막으로 5분간 정차하고 4시간 동안 종착역까지 쉬지 않고 간다. 야로슬로블 역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도 가고 내복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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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가방

예비군 훈련에 가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보다 어린데 결혼한 사람이 한둘은 꼭 있는 것도 좀 어색한 일이지만 신기하게 어디서 정말 말 안 듣는 사람들만 골라 온 것 같다. 어칠어칠하며 동네에서 껌 좀 씹는 형님의 느낌을 풍기는 사람도 참 많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치면 더워죽겠는데 거추장스럽게 보호장구도 차고 하니 정말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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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사과소년

이제 모스크바 시간대에 들어왔다. 얼어 있는 강이 낯설지 않았다. 낮에 잠을 안 자니 시간이 참 안 갔다. 나중에 이 지루한 시간이 생각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아쉬움 조차 까먹어서 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거다. 졸업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철학과에 다닌 시간들이 흐릿하다. 철학과에 오기까지는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 왜 오게 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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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오류 발견

나는 어제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올라 4일째에 견과류 캔을 버리지 않고 머리를 감았고 배터터리를 더 이상 충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일기를 더 살펴보니 터리를 충전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5일째이고 머리를 감은 것은 6일 째다. 날짜를 모호하게 써놓은 것도 아니고 4일 째라고 명확히 써놓고 5일과 6일째에 있던 일을 적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