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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본 세계

시베리아 위의 안락처: 1.03m^2

시베리아횡단철열차에 오른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당시에 기록해 놓은 치수가 있는데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해 둔다. 마지막 학기를 종강하고 나는 러시아로 갔다. 저녁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한 뒤 첫차를 기다릴 때 보았던 러시아 아저씨들이 옹기종기모여 보드카 병나발을 불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횡단 철도에 오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철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소원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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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하차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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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부단(不斷)

전 살면서 기차를 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딱 네 번 타봤습니다. 그렇다고 기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승강장이 밖으로 노출된 역에서 전철을 탄다 치면 철로가 보이는 제일 끝 쪽으로 가서 다가오는 열차 보는 걸 좋아하고 혹여 통과하는 기차가 있을 때면 즐겁습니다. 수원역같이 기차가 지나가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기차 타고 갈 생각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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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나태

도착 하루 전이 되니 『론리 플레닛 시베리아 횡단 철도』 표지에서 본 풍경이 창밖에 나타납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향한다는 마음에 불안이 덜했습니다.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지 않으니 너무나 여유로워서 시간이 잘 가지 않았어요.   모스크바에 가까워서인지 철도역과 안내 표지 디자인이 회색 바탕에 빨간색을 쓰는 모양으로 통일되어 갑니다. 그 전에는 회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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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귀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지 삼일 정도 되니 열차 생활이 꽤 몸에 익었습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면 이제 변하는 건 없고 모든 건 지금 경험했던 것처럼 끝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음에 할 일을 걱정하게 됩니다. 저는 모스크바에 내려서 뭐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게 된 일은 오로라 보는 것의 보너스 격이니 테트리스에 나온 궁만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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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차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양 끝인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차는 7시간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7일이 걸리니 열차 위에서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이 바뀌는 걸 체험할 수 있지요. 일주일 동안 매일 시계가 느려지는 건 황당한 경험입니다. 하루에 한 번만 들어도 짜증 나는 아침 알람이 두 번 울릴 수도 있고 밥을 먹었는데 또 밥때가 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밥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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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노력과 우연

    새벽에 열차가 이르쿠츠크 역에 멈췄습니다. 이르쿠츠크는 제 기억에 강하게 박혀있는 이름입니다. 이 도시는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추운 장소로 소개되었고 가장 춥다는 대표 성질 덕분에 시험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세계지리 선생님은 수업에서 이르쿠츠크가 나올 때면 오줌 싸면 얼어서 기둥이 된다는 소리를 자주 해서 우리 기억에 남기려 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르쿠츠크를 지나간다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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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베리아와 그리스 1

  『방법서설』 3부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모든 걸 의심하고 있지만 정작 살면서 따라야 할 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온건한 의견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데카르트가 유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사태부터 전부 의심하는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남들이 해왔던 대로 산다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데카르트가 따듯한 난로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세상 모든 걸 의심했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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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닥터 지바고」

      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지닌 문화적인 부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등장하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본 정도이지요. 사실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보지 않아서 이 철도의 거리감을 모르고 한 소리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체험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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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승차

  저는 “정말로 끝인” 역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철의 종착역은 대부분 차량기지까지 선로가 이어져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서울역이나 용산역, 청량리역같이 큰 철도 노선이 끝나는 역도 선로가 끝나지 않습니다. 끝이란 의미를 지닌 터미널을 생각하면 도로 끝이 보이는 버스 터미널이 생각날 뿐이지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종착 역은 모두 서울에서 보기 힘든 터미널 형태입니다. 역이 “ㄷ”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