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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유지와 개선에 대해

<<방법서설>> 3부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따라야 할 것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온건한 의견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데카르트가 유약하다고 생각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방법서설>>을 읽기 전에 초등학생을 독자로 삼은 <<만화 데카르트 방법서설>>을 읽었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병약하게 그려진 기억이 남아서이기도 하다. 나는 난방 잘 되는 열차 안에서 시베리아를 바라봤다. 기껏해야 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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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시베리아 횡단 철도 위에서 먹었던 것들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올라 삼 일째가 되니 나와 비슷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탔다. 열차의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톡은 바로 북한 위인데 그동안 온통 백인만 보인 것은 좀 이상하다. 그런데 이 온통 백인인 열차 안에서 우리나라 컵라면인 “도시락”이 흥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다. “도시락”은 우리나라에는 한 가지 맛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내가 본 것만 여섯 가지 맛이 있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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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철도 안의 사람들

열차에서 내릴 때까지 눈에 익지 않던 장면이 하나 있다. 1층 침대에 사람이 누워서 자고 있는데 2층에 자리 잡은 사람이 툭 내려와서 탁자를 이용하는 모습은 정말 볼 때마다 볼 때마다 식겁 놀라곤 했다. 열차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평행하게 놓인 2층 침대는 창가 쪽에 탁자 하나가 있다. 머리를 복도로 하고 자지 않으니 탁자 쪽에 머리가 놓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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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와 횡단 철도와 「닥터 지바고」

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지닌 문화적인 부분을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본 정도? <닥터 지바고>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뭐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건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거리감을 모르고 한 소리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멀다고 하는데 체험할 수 없으니 감이 잘 안 온다. 내가 도시에 살 때는 버스 몇 정류장 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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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황단 열차 내부 #2

삼등석은 침대 여섯 개를 한 조로해서 주욱 붙어있다. 두 개의 이 층 침대는 열차 진행 방향에 직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있고 그 가운데에는 창문과 작은 탁자가 있다. 서로 평행한 일 층 침대 두 개는 상부가 들리고 아래 칸에 짐을 넣을 수 있다. 이 층 침대 위는 이불이 놓인 선반이 있다. 나머지 하나의 이층 침대는 평행한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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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 내부 #1

내가 탄 모스크바행 열차는 99번 열차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행이 되면 100번이 되는 식이다.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에서는 번호가 작을수록 좋은 열차라고 한다. 한 자리 대 열차도 있었는데 걸리는 시간도 빠르고 시설도 좋다. 나는 너무 급하게 출발하느라 표를 구하지 못했다. 99번 열차 삼등석 칸에는 두 명의 차장이 교대로 근무한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 무심하지는 않다. 차장은 내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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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오름

모스크바행 열차를 예매할 때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역에서 체크인하고 열차표를 받는 방법과 열차표를 인쇄해서 제시하는 방법이다. 나는 열차표를 인쇄해갔는데 내가 탈 칸 차장이 날 들여보내 주지 않고 러시아어로 주저리주저리 말한다. 러시아어를 못한다고 하니 러시아어로 더 뭐라고 하는데 대충 눈치로 너는 외국이니까 내가 해준다는 말 같다. 내가 자리를 잡으니 다른 직원이 와서 내 열차표를 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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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우리 동네는 전철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시골이니까 우리 동네라고 하는 거다. 차로 20분 걸리는 장소를 서울에서는 우리 동네라고 하진 않는다. 여튼 일제 때 수원에서 여주까지 이어지는 협궤가 있었지만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얼마 있지 않아 없어졌다. 그리고 작년부터 표준궤 전철이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 인천으로 간다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한 무리의 중년들이 있었다.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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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공항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했다. 러시아 국적기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비행기보다 빠르게 도착한다. 새벽 비행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난방도 빵빵하지 않으면서 단열에 좋지 못한 유리를 처바른 공항 건물을 원망할 시간만 늘 뿐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곤봉을 뱅뱅 돌리며 건들거리는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입국심사대는 위아래로 막혀있고 문이 달려있어서 건너편이 보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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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지난겨울,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 전날, 나는 여행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아서 정신이 빠져있었다. 여행 당일까지 숙소는커녕, 이 여행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일도 집행하지 않았다. 집행은커녕 준비도 안 했다. 비자 신청을 위한 사진도 공항 가는 길에 찍었다. 환장할 노릇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가면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착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