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톨릭의 부제 서품식을 보고 처음으로 예식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10대 시절 TV를 통해서 서품식을 봤는데, 지금까지 봤던 예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서품식 전체가 멋있다고 느낀 것은 아니고 부제 서품받는 사람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한 장면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막연히 멋있다고 느껴졌지만, 좀 더 배운 이제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제들이 땅바닥에 […]
[카테고리:] 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천체투영관에 가다

많은 별이 보이는 밤하늘은 시골에 살면서 만족하는 점 중 하나다. 가슴 답답한 밤에 문을 열고 나가서 시선을 위쪽으로 하면 정말 많은 별이 보인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우주를 나 혼자 감상하는 느낌이 나고 날이 풀리면 개구리나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별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발치의 반딧불이가 땅에 작은 별자리를 만들어 내서 사방이 별로 꽉 찬 […]
하찮은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다는 것

인터넷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많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조작을 한다거나 범죄를 공모하거나 불법적인 물건을 유통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인터넷이 없어도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도 싼값에 많은 정보를 널리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작은 사건들로 끝났을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해악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있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게 쓸모없는 사진도 […]
KTX 5호 차 11A

용산발 광주행 KTX를 예매했다. 기차표를 끊는 것과 버스표를 끊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차가 있었고 내가 살아온 경기도 동남부는 얼마 전까지 철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철도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탈 것에 타면 창가 자리를 무척이나 선호했다. 남들이 더는 나를 애 취급하지 않을 때 즈음이 돼서야 나의 창가 사랑이 […]
태극당 미스터리

나는 태극당 근처에 있는 동국대학교를 다녔다. 학교 가는 길에 지하철역을 나오면 보이는 태극당 건물은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늘 미스터리였다. 1층에서 영업하는 태극당을 빼고 나머지 층의 창은 간판도 없이 가려져 있었고 위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입구나 계단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 용도를 알아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철학과 강사는 태극당 건물은 안전 가옥이고 이를 속이기 위해 1층에서 영업한다고 […]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고 난민 문제를 생각함
<앤트맨과 와스프>를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인간적이어서 다른 히어로 영화보다 마음에 든다. 아이언맨은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우주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앤트맨이 관심 있는 것은 무탈히 가택연금 기간을 보내서 자신의 딸과 집 밖을 놀러 다니는 것뿐이다. 와스프 역시 예전에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
하노이 문묘 하마비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야 하는 곳 앞에는 하마비가 있었다. 단순히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하마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힌 것도 있다. 버르장머리 없이 말 타고 가지 말고 내려서 예를 다하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왕의 묘나 종묘 혹은 향교 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자를 모신 하노이 문묘 앞에도 하마비가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 […]
주말
카페에 들어가서 2층 창가에 앉았다. 처음에 앉은 자리는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곳이었다. 잠시 앉아있으니 으슬으슬해서 옆자리로 옮겼다. 창가의 블라인드는 반만 닫혀있어서 테이블의 절반에만 해가 들었다. 시골 사람인 나는 해가 싫지는 않은데 서울 시민들은 해가 몹시 거슬리는 것 같다. 모두 인상을 쓰고 손으로 해를 가리며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며 분주하게 […]
“유학”
우선 유학하면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다음으로는 선비가 떠오릅니다. 물론 제가 떠올리는 선비는 눈치 없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이지요. 또 조선 시대에 현실과 관련 없어 보이는 제사 기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관료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지루한 이야기를 하는 선비나 백성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예법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이는 조선 […]
장래희망을 말하는 방법
장래희망을 언제 적어 봤더라? 장래희망을 생각해 본 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교양 과목 시간이 마지막이다. 심리 검사나 여러 직업 사례로 장래희망을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장래희망 칸을 채우는 행동이 강요에 의한 자백이었다면 신입생 때 장래희망을 고민한 건 학점을 흔드는 형사의 지능적인 신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꼴이다. 두 경우 모두 내가 장래희망이 없다고 […]